인도 영화 핑크 그리고 미투 & 사순절

2018. 5. 12. 02:54일상

제주도에서 고립된 한 달은 금새 지나간다. 전원생활이 주는 즐거움 따위는 2주도 채 안되어 잊혀지고 어느덧 무료함과 따분함 그리고 그리움이 공존하는 도시 생활이 그리워진다. 누가 한 달 생활이 그립대? 누가 평생 살곳 싶대? 충분히 이해간다.


나도 가끔 그러니까. 한 달 살고 싶고 일년 그리게 되고 평생 살고 싶은 계획 세우니까. 하지만 도시 태생인 사람이 그리고 도시 생활이 익숙해진 사람이 전원 생활? 글쎄 난 별로 완벽한 생활은 아니라고 본다.


제주도 안에서도 대중교통에 의존하는 내게 9시가 넘으면 버스가 끊기는 곳에 갇혀 저녁이면 별로 할 일이 없는지라 영화를 주로 보는데 오늘은 와인 한 병 반을 해치우며 인도 영화를 봤다. (실제로는 와인 한 병 반을 마셨다 ㅠ) 'PINK'라는 인도 영화인데 내용이 꽤나 무겁다. 물론 내용 또한 접근하기 쉽지않다.


접근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영화의 내용보다는 실제 이런 일에 휘말렸을 때 또는 이런 일을 뉴스를 통해 들었을 때 쉽게 말하기 어려울거라 생각하기 떄문이다.



- 출처 imdb -


우선 생물학적으로 나는 남자다. 고로 나는 여성적인 시각으로 사물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미투 내지는 사순절 관련 얘기를 블로그에 담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떤 비극적 사건의 단초가 무조건 남성에게 존재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사건의 빌미는 누가 먼저 시작했든 양측의 문제로 시작한다고 보는게 내 무리한 시각이다. 훔친 놈이나 도둑 당한 놈이나 제 간수는 먼저 내가 하는게 맞다고 본다그럼에도 이 영화가 의미가 깊은 이유는 한국에서 부는 미투 영향일지도 모르갰다.


영화를 보는 내내 <세실, 주희>의 박민정 작가의 소설이 떠올랐다.


관련글 :  사순절 - 미투 (3.24 일상)


영화 '당갈'도 있고 '마사안'같이 생각할것 많고 풍부한 스토리도 넘쳐나는 것들 많은 영화 놔두고 무겁고 지치게 만드는 영화 핑크 (PINK)일까? 핑크는 인물에 따라 달라지는 우리의 시각에서 벗어나 단순히 상대방의 언어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No!니까 Stop!하자고 말한다.


심리학적인 이해를 떠나서 언어학적인 의미에서 NO!를 NO!로 받아들이는게 어려울까? 남자 입장에서는 어렵다. 이해한다. 쉽지않다. 왜냐고? 남자로 태어나봐라! 그럼 이해한다. 이게 가장 쉬운 표현일거다. 그럼에도 여자의 'No'를 노로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왜냐고? 싫다는데 싫은걸 하라고 강요하는 건 우리가 역지사지로 당해본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되지 않을까 싶다.


여자란 동물을 이해하란게 아니다. 이해하기 어렵다. 남자인 내게는 여자란 이해하기 어려운 생명체이다. 하지만 우리는 피부로 느낀다. 다가와도 되는지 아니면 근처에 머물러야 되는지 아니면 얼씬거리면 안되는지. 피부로 느껴진다. 호의의 일부가 허락으로 인식된다면 인식장애다.



그러면 묻겠습니다. 미날 아로야 양,

그날 밤에는 뭐가 그렇게 화가 났습니까?

남자 한 명이랑 더 자는게 어때서요?

3월 1일, 그 날 밤에 라즈비르 싱과 그 친구들이 했던 생각이 바로 그겁니다.

당신은 명백히 난잡하므로 한 명쯤 더 자도 신경도 안 쓸거라고 말이죠.

저 청년들이 아직 어려서 잘 몰랐나 봅니다.

당신의 동의만 있다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데 돈이나 강요 없이도 말이죠.

하지만 원고측은 입증했죠.

피고인이 도덕적으로 미심쩍은 사람들이라고 말이죠.

도덕적으로 미심쩍어 보이는 사람으로서 

라즈비르 싱과 그 친구들에게 그 날, 그 순간 대체 어떻게 아주 확실하게 섹스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표현하셨습니까?

뭐라고 하셨습니까? (What did you say?)

"싫다고 했어요. 싫다고요,"


여자가 술을 마신다는 건 허락하다는 의미입니다. 여성에게만요.

남성에게는 아닙니다. 남성에게는 아니죠.


이 청년들은 반드시 깨달아야 합니다.

싫다는 말의 의미를 여자가 면식이 있는 사이건 친구건 여자 친구건 아니면

성매매 여성이건 아니면 자기 부인이건

싫다는 말의 뜻은 싫다는 겁니다.


- 영화 핑크 중에서 -




영화를 보는 동안 디아브로 카르미네르를 한 병 마셨다. 디아블로의 새로운 품종인 듯 하다. 색이 무척 진해서 한 장 찍어봤다. 영화를 보며 한 병을 마셨더니 너무 감정에 치우쳐 글을 쓴게 아닐까 싶다. ㅎㅎ




- 출처 imdb.com -


영화 평점은 8.2점이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영화를 보면 꽤 많은 생각을 가질 수 있을만한 그러면서도 지루하지 않는 영화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