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 미투 (3.24 일상)

2018. 3. 24. 15:37일상

종교가 없는 나에게 '사순절'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는데 이를 알게된게 책을 통해서다. 소설 속에서 이 얘기가 나와서 알게되었는데 굳이 그 날의 의미는 내게 알아도 또는 몰라도 전혀 무방한 것이긴 하다.


앞서 이 얘기를 쓰는 이유는 내게 특정 종교가 없음을 밝히고자 함이며 경제 뉴스 기사에 정치적 색깔 따위는 입힐 생각도 그리고 정치 또한 관심이 별로 없다.




- 마드리드 여행 사진 -



주희는 '참회의 화요일'이란 말은 오늘 같은 날에 딱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참회의 화요일이

지나면 '재의 수요일'이 온다고 했다. 그날이 사순절이 시작되는 때라고도.

주희는 예수교를 믿지 않았고 사순절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


사순절은 예수교, 구교의 시잔들이 이마에 재를 바르고 예수그리스도의 고난을 돌아보며 40일간

금식과 묵상을 하는 교회력의 절기라고 했다. 중략


참회와 금욕의 절기라는 설명을 들었을 때 주희는 언젠가 잡지에서 본 본 트라피스트 수녀원의

사진을 떠올렸다. 한여름에 밀짚모자를 쓰고 논일을 하는 수녀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중략)

참회의 화요일은 '기름진 화요일'이라고도 불렀다. 단식을 해야 하는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

마음껏 먹고 즐기는 날이라는 뜻에서라고 했다.


마르디 그라 Mardi Gras, 참회의 화요일


- <세실, 주희> 박민정 저,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사순절'이 어떤 날이든 내게는 무관한 날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남자인 내게 'MeToo' 개념이 초반에는 좋은 의미에서 점점 홍위병의 모습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사실 책의 내용은 MeToo (미투)라는 개념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책 속의 주인공은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고 사순절 기간에 친구와 늦게까지 술을 마시다 밤 늦은 시간 수 많은 인파속에서 남자들 사이에 홀로 남겨져 영어로 떠드는 그들 사이에 포위되어 무서움을 느낀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어느 포르노 사이트에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수많은 남정네가 자신을 희롱하는 장면이 담긴 모습을 발견하게된다.




- 천주교 성당 -


사순절도 미투도 별 연관성이 없는데 억지로 책의 내용을 끄집어와 갖다 붙일려는게 아닌가 생각은 들지만 책 내용이 마음에 들었는지 길을 거닐다 성당에 사순절 플래카드를 보고 아무렇지 않게 최대한 신자인 양 안으로 조용히 들어가 사진을 찍고 나왔다.


요새 종교와 정치, 공인이라 불리는 사람들까지 미투 (MeToo)에 그들이 쌓아올린 커리어 및 명예 등을 잃게 되었다. 그간 한국 사회는 침묵하는 보수사회였기에 사회적 지위를 가진 자들의 희롱에 소수의 저항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희생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를 놀라게 한 건, 대기업 및 보수 단체에 미투가 생각보다 안 나왔다는 점과 그 동안 진보적이라고 일컫던 천주교 및 진보 단체에서 꽤나 많은 미투가 나왔다는 점이다. 그리고 문화계에서도 공인들 중 몇몇 사람들은 진보적 정치성향을 보이며 꽤 활발하게 활동했던 사람들이었기에 몇몇 사람들은 미투 자체를 홍위병 따위로 치부하는 이들마저도 생겨났다.


사람은 참 이중적이다. 몇몇 이들은 한국의 여성들이 해외에서 얼마나 직업여성으로 활동하며 한국의 이미지를 더럽히는지 아냐고 묻는다. 그런 여성들이 미투 (MeToo) 운운하는 건 너무나 다른 목적의식이 있는게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모르는 것 같다. 세상에는 여성, 남성이라는 두 성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성 아래 모인 사람들은 각기 다른 삶과 생각을 갖고 산다고 말이다.


방콕이나 파타야에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서양인과 중동인 남자들이 아고고 등에서 많은 짓을 저지른다. 그렇다고 태국이나 베트남 여행에 다수의 남자가 그런 곳에 가는 것일까? 정답은 가는 사람은 가되 한 번도 안 가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한 번만 가는 사람은 없다. 술도 마약도 그렇듯 그런 곳에 가는 남자도 중독인 것이다. 한 번 간 사람은 또 간다. 쉽게 사랑을 구하는게 더 편하니까. 그런 그들을 비난하고자 함은 아니다. 단, 여자들이 갖는 편견은 엄청 많은 남자들이 그런 곳에 간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전체으 남성들 중 일부분이 가고 그 일부분의 남자들은 중독되었기에 자주 가게되어 꽤 많은 남자들이 그런 곳에 간다고 믿는 것이다. 여튼 나도 남자이기에 그들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 그들은 쉬운 사랑이 좋은거고 책임질 일들보다는 쉽게 즐기고 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 헤어질 수 있는 인스턴트 사랑을 선택한 것이다. 그게 나쁜가?


다시 미투 (MeToo)로 돌아가서 해외에서 직업여성으로 일하는 사람들 숫자가 엄청나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여자들 대부분이 그런건 아니다. 실제로 어마해도 비율로 따지면 소수다. 일부라는 것이다. 태국에서 직업여성으로 일하는 여성은 엄청나다. 하지만 전체 태국 여성들 숫자에서 보면 소수다.


실제 제대로 된 태국 여성이라면 외국 남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동남아 국가라고 해서 중산층들 수준이 그렇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들 모두는 아니 우리 모두는 각기 다른 삶을 살고 각기 다른 생각들을 갖고 산다.


침묵하는 사회에서 미투 열풍은 거세다. 하지만 일본이나 한국 모두 기업 등에서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투 (MeToo)는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하나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국 여자를 응원하는 건 아니다. 난 한국 여자와 별 관계없이 사니까. 그들이 어떤 사회적 지위를 갖든 어떤 희망을 품든 내 알바 아니다. 그리고 미투를 밝힌 여성들 모두가 진실만을 말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여성이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 제대로 된 대접을 받기를 원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받고 살 필요가 없는 세상이길 바란다. 누군가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악용해 다른 누군가를 괴롭힌다면 그게 나라면, 우리라면 당연히 들고 일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차별없고 공정한 사회를 꿈꾸며 미투 (MeToo)가 그런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또 하나의 초석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