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23. 21:56ㆍ영화/아시아영화
춤과 노래가 있어 흥이 나고 고개를 살며시 흔들며 아차 (네)를 말하는 영화, 발리우드.
영화에 현실적 삶이 묻어나고, 삶에 희망과 용기를 불러 일으키는 인도 영화.
그 중에서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에 오른 시크릿 슈퍼스타를 소개합니다.
영화 당갈로 우리에게 친숙한 아미르 칸
시크릿 슈퍼스타 (Secret Superstar)
IMDB : 8.1점 (12,907명 평가) - 솔직히 그 정도로 작품성이나 연기가 훌륭한지는 모르겠어요. ㅋㅋ
Trailer 예고편 링크 : 시크릿 슈퍼스타
저는 인도 영화를 좋아해서 아미르 칸을 영화, 세 얼간이 뿐 아니라 여러 영화에서 많이 봤어요.
인도 영화 중에서도 어느 정도 작품성 있고 꽤 괜찮은 영화들만 봐서일지 몰라도 인도 역시 남자 주연배우들이 거의 고정되어 있어요. 한국도 남자 주연배우가 제한적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데 인도 영화만 할까 싶네요. ㅋㅋㅋ
영화는 인도 중산층 집안의 14살 소녀, 인시아의 꿈과 희망, 그리고 노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내에게 폭력적이고 지극히 가부장적 세계관을 가진 인시야 아빠
1991년에 방영된 국내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를 기억하시나요?
한국도 8,90년 대에 밥상 엎고 아내를 떄리는 남편이 큰 흉이 아닌 시절이 있었죠. 남의 가정사에 참견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경찰들도 가정 폭력에 대해서는 범죄라는 인식이 없었던 때였어요.
영화 속, 남편이자 아빠의 직업은 엔지니어입니다. 그래서 인도의 중산층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해요.
밖에서는 성실하고 좋은 직장 동료, 선후배일테지만 가정에서는 꽝인 남자입니다.
나즈마, 인시야의 엄마
우리 아버지도 나한테 결혼에 대해 묻지 않았어
내 딸은 내가 이혼을 원하는지 묻지도 않았어
내가 뭘 원하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어
한국도 과거 그러했지만 남자는 아들이라고 교육시키고 딸은 교육 안 시키던 시절이 있었죠. 그래서 결혼은 대개 일찍하고 남자는 직장을 가지고 여자는 살림 등을 맡는 내조 역할을 하는 전통적 가부장 시스템을 유지합니다.
나즈마는 약간 기억력이 부족한 듯 보이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듯 해요. 남편 직업이 엔지니어인 걸 봐서는 대학을 졸업한 인물이겠네요. 영화는 이렇듯 인도의 일반적인 가정에 대한 모습을 현실 그대로 보여줍니다.
나즈마는 아버지가 결혼하라고 해서 했지만 이제는 딸이 남편과 이혼하라고 권하는데서 서운함을 드러냅니다.
조선의 삼종지도 (三從之道) 같네요. 여자는 어려서 어버이께 순종하고 시집가서는 남편에게 순종하고, 남편이 죽은 뒤에는 아들을 따르는 도리.
그러했기에 딸인 인시야가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길 바랍니다.
주인공 인시야
교내 대항 경연 대회에서 노래 콘테스트에 참여하고 싶지만 아버지의 허락을 끝내 받지 못하고 꿈을 포기합니다. 엄마인 나즈마는 딸의 슬픔을 마음 아파하고 자신의 하나 뿐인 금 목걸이를 팔아 딸에게 노트북을 선물합니다.
딸은 공부외에는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아버지를 알기에 교내 대회도 기타도 마음껏 못 치고 노래도 못 부르지만 유튜브에 부르카 (무슬림 여성이 쓰는 히잡과는 다른 용어이지만 눈만 빼 놓고 다 가린다)를 입고 노래를 부릅니다.
사실 노래는 아무런 감동도 없는데 단 노래 두 곡으로 유튜브 스타가 됩니다. ㅋㅋㅋ
진짜 노래 그렇게 부르고 무슨 감동을 주는지 이해가 너무 안 가서 영화 자체가 살짝 어이가 없었어요. 영화 러닝타임이 인도 영하답게 2시간 30분인데 초반부에 엉성한 노래 두 곡 부르고 유튜브 스타 (닉네임을 시크릇 슈퍼스타로 짓습니다)가 됩니다.
샤크티 쿠마르 (아미르 칸)
한물간 작곡가이자 싱어.
아내와의 이혼소송으로 더 민감해진 그는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대중의 사랑으로부터 점점 멀어져갑니다.
하지만 유튜브 스타를 통해 재기를 꿈 꾸는 샤크티 쿠마르.
인시야는 언론에 비친 그의 행동으로 샤크티를 경멸하지만 아빠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새로운 일을 구하게 되고 가족 모두 떠나야 하는데다 신시야를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내와 결혼시키려고 하면서 신시야는 샤크티의 도움이 간절히 필요하게됐습니다.
남동생 구뚜, 엄마 나즈마 그리고 신시야
폭력적인 아빠를 경멸하면서 아빠가 식구들 중 가장 아끼는남동생마저도 아빠처럼 될까 걱정스럽고 두려운 마음에 (구뚜)를 멀리하지만 구뚜는 신시야에게 착한 남동생이고 싶습니다. 장난꾸러기지만 신시야를 잘 챙기는 구뚜.
사실 그건 기타가 아니에요. 인시야의 꿈이죠. 꿈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잠을 잘 수도 깰수도 살지도 죽지도 못해요. 꿈은 기본 권리에요.
뭄바이 공항에서 나즈마는 남편에게 맞선다
남편과의 이혼을 꿈꾸는 신시야를 막아서고 샤크티와 음반 녹음을 진행하고 돌아와 스타의 대열에 올라설 수 있는 딸의 꿈을 접게 한 나즈마. 하지만 꿈도 희망도 사라진 딸을 보며 마음이 아프기만 합니다. 기타라도 챙겨주며 딸의 섭섭한 마음을 어루고픈 엄마.
네 엄마의 가장 큰 실수는 너를 태어나게 한거야.
큰고모가 인시야에게
사실 엄마 나즈마가 신시야를 임신했을 때, 남편은 아이를 지우길 바랬다고 합니다. 남편은 지우길 거부하는 아내, 나즈마를 폭행했고 강제로 병원에 데려가 수술을 시키려했습니다.
난 항상 궁금했어. 왜 우리 엄마는 나를 지우지 않았는지? 내 인생에 좋은 게 뭐가 있나?
큰고모 역시 같은 여자였다
큰고모로부터 엄마의 희생을 듣게 되고 신시야는 자신의 꿈을 포기합니다. 자신을 끝까지 지켜 준, 엄마를 위해서요.
약간 신파적인 요소도 있지만 실제 인도의 남녀 성비 불균형은 끔찍할 정도입니다.
최근 경제전문 뉴스 블룸버그에서 인도의 이런 문제를 집중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아래 관련글, 블룸버그 기사 내용을 보면 인도의 발전을 가로막는 전통적인 인도 사회를 다룬 문재들을 알 수 있습니다.
관련글 : 인도 성범죄 증가로 노동시장 위축 및 경제성장 가로막고 있어 (6.2)
신시야는 과연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영화는 마지막 결말에서도 또 어이없는 장면을 연출하는데요. 여자 최고 가수상 부문에서 시크리 슈퍼스타 신시야가 수상하지 않고 다른 가수가 받습니다. 그런데 그 가수가 자신이 신시야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수상을 신시야에게 넘겨줍니다. 이건 뭐야? 이런 어처구니 없는 영화가 산으로 올라가고 있는 순간입니다.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신시야와 주변 관객들.
이건 꿈일거야. 꿈이라고 말해, 하지만 영화는 그렇게 끝나는가 싶더니 마지막에 아미르 칸이 유튜브에 첫 번째 댄스곡 영상을 올리며 막을 내립니다.
인도 사회의 만연하는 전통적인 사회 구조 등의 민낯을 보여주고 여성의 사회 참가와 현대 사회에서 겪는 이혼 등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복잡한 사회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반면 노래가 안 되는데 정말 노래에 어떤 감동도 안 주는데 그런 목소리를 갑자기 유튜브 슈퍼스타로 만들고 최고의 인기 가수로 올리더니 최고 여자 가수상도 수상하지 못했는데 받은 여가수가 자신은 정말 아니라며 신시야에게 주는 막장 영화네, 이거.
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으로 올린건지 이해가 안 가고 높은 평점에도 이해는 못하겠지만 한국이 겪었던 모순된 사회, 지극히 엄격한 가부장적 사회에서 꿈을 꾸지도 펴지도 못하는 자녀를 보면서 영화가 언론매체가 앞장서서 아닌 건 아니라고 바뀌어야 한다고, 말해야 조금씩 균열이 일고 어느 순간 그 균열이 쩍 하고 갈라질 때 드디어 여성도 하나의 인격체로서 동등하게 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 부분에서는 높은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소녀 가수 신시야를 아이유 급은 아니더래도 노래는 어느 정도 되는 실력파를 썼어야 감동이 더 밀려오지 않았을까 하네요. 영하의 가장 주된 스토리가 노래인데 노래를 못하는 여자 주인공을 쓰는 게... 노래 부를 때 마다 집중이 안 돼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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