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따듯한 봄 햇살을 즐기다. (3.3 일상)

2018. 3. 4. 12:48일상

며칠 안 남은 태국 꼬창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자주가는 두꺼비왕 식자재마트를 시작으로 다이소에 들러 삼선 슬리퍼 하나 사왔다.


머슴아 아저씨인데 슬리퍼를 신고 10분 다녀도 피부 마찰에 쓸려서 발등이 벗겨질 정도로 빨갛게 달아오른다. 10분 이상 돌아다니면 피부가 벗겨질정도로 연약한 피부다. 그런데다 족저근막염 증상도 심해서 푹신한 신발을 안 신으면 저녁에 엄청난 고통 때문에 잠을 이루기 어렵다.


그래서 집에서도 말랑말랑한 슬리퍼를 신고 있으며 두꺼운 양말로 딱딱한 바닥에 맨 발바닥을 디딛지 않게 조심한다. 밖에서도 나이키 에어있는 운동화를 신는 이유도 같은 이유인데 걷는걸 좋아하는 유랑 여행자에게는 불행일지도 모른다.



다이소에서 3,000원짜리 삼선 슬리퍼 하나 사왔다. 족저근막염과 심각하게 연약한 피부 등으로 밖에서는 슬리퍼를 안 신는데 섬으로 여행가서 비치쪽으로 놀러갈려면 슬리퍼가 필요할 듯 했다. 전에 사둔 아쿠아 신발이 있긴 한데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아서 섬에서 싸면서 편하게 신고 다니기 좋을 듯 하다.


4월 말에 제주도에서 한달 간 보내는데 이번 꼬창 여행에서 괜찮으면 제주도 갈 때도 하나 사갈까 싶다.


오늘 날씨가 너무나 좋다. 정말 봄이 어느날 갑자기 나타났는데 길거리 다니는 사람들 모두 두꺼운 외투 대신에 얇은 두께의 가디건이나 후드티 정도를 입고 나왔다. 스마트폰 날씨로 보니 14도, 15도를 넘었으니 바로 지난 달 이맘 때 영하 14도 (최저기온)이었던게 믿겨지지 않는다.


날씨 앱을 보다 앗! 오늘 늦은 저녁부터 비가 내린단다. 그것도 이틀정도 내린다고 하니 월요일이나 되야 비가 그칠 듯 보였다. 난 태국 여행을 화요일에 가니 그 사이 도서관에 가서 책도 반납하고 새로운 책도 빌려와야 할 듯 해서 다시 밖으로 나오기로 했다.


비 오는 날이 좋긴 하지만 걷기에는 조금 불편한 건 사실이다. 진흙물이 자꾸 튀어서 옷을 더럽히기도 하고 우산을 쓰고 다니면 거추장스럽기도 하다. 비 오는 날은 집에서 음악이나 들으며 책을 읽거나 블로그에 글을 쓰며 커피 한 잔 마시는게 가장 만족스런 시간을 보내는게 아닐까 싶다. 졸리면 낮잠도 청하고 말이다. 




- 면목동 짜앤짬 탕수육 -


면목정보도서관이 주말에는 오후 5시에 문을 닫기에 서둘러 밖을 나와 30분 전에 도착해 책을 반납하고 새로운 책을 대출받았다.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 무라카미 하루키 저,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 무라카미 하루키 저, [자비] - 루네이 저 이렇게 세권을 빌려서 나오는데 그래도 주말인데 어디 괜찮은 파전집이나 색다른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을까 하는 들뜬 마음이 들었다.


내일부터 이틀간 비가 내릴테고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그냥 집으로 가는 건 좋은 날씨를 그것도 주말을 즐기는 올바른 자세가 아닐 듯 싶었다. 그렇게 면목동 일대를 돌아다니는데 서울 대부분 그렇듯 프랜차이즈 위주의 술집들이 주류다. 뭔가 특색있는 술집보다는 '먹고 마시자' 분위기라 혼술을 그것도 오후 5시가 넘는 시간에 즐길 수 있는곳은 좀체 찾기가 어려웠다.


시장에서 파전에 막걸리라도 할까 했는데 시장 전 집들은 앉아서 먹는 곳이 없었다. 시장 분위기는 너무나 좋은데 대부분 포장 위주이다 보니 앉아 먹을 수가 없다.


그러다 전에도 간 적이 있는 짜앤짬 탕수육 음식점으로 가기로 마음먹고 면목역에서 사가정역, 동원시장에서 면목시장까지 주변을 탐색하다 면목시장을 한바퀴 돌아 짜앤짬 탕수육 집으로 향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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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목역, 동원시장에서 면목 2동 사거리로 내려오다 보면 발견할 수 있는 짜앤짬 탕수육 집 역시 탕수육 소에 8,000원, 대에 10,000원인데 우선 양이 어마어마하다. 전에도 혼자가서 탕수육 대를 먹었는데 다 못 먹고 남겼다. 음식 남기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처음이라 양을 파악하기 어려워 대를 시켰다가 그 어마어마한 양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이번에는 조금 더 허기진 상태였고 (도서관에서 5시가 넘어 나와 짜앤짬 탕수육 집에 6시가 넘어 도착했다) 소주도 한 잔 할 생각이어서 다시 탕수육 대자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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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중국집들이 탕수육 8,000원 (소), 10,000원 (대)에 판매하고 있으며 볶음밥 (3,500원), 홍합짬뽕 (3,500원), 짜장면 (2,500원) 등 가격이 꽤나 저렴하다.


짜앤짬 탕수육 집은 주인 내외가 직접 요리를 담당하고 서빙보는 아가씨가 한 명 있다. 두 번 방문한 결과 서빙보는 아가씨와 사장내외와는 '이모(부)-조카' 사이이고 알바구인을 하는 것 보니 그 아가씨는 잠깐 일을 돌봐주는 듯 했다. 가족이 같이 일할 때 좋은 점을 그 집에서 보기 쉬운데 아가씨가 무척이나 인사성이 밝다.


들어올 때 먹고 나갈 때 큰 목소리로 인사하는데 목이 안 쉬는것 보니 성대가 좋나보다 했다. 이모랑 둘이서 대화 나누는걸 들었는데 어린 친구들이 흔히 쓰는 용어를 많이 써서 놀랬다. 손님들한테는 싹싹해서 꽤나 훌륭한 직원다운 모습이다.


아무리 가격이 싸도 탕수육 맛이 별로면 또 가기 싫어지는데 이 집 탕수육은 꽤나 맛이 좋다. 조금 허름한 분위기이지만 오히려 그 점도 혼술을 즐기기에 나쁘지 않다. 다만 합석이 일반화된 곳이라 처음에는 약간 서먹한데 조금씩 익숙해져가고 있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책을 읽으며 혼술을 즐기고 싶었는데 탕수육은 식으면 맛이 덜해지므로 책을 읽으며 보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소주랑 와인이랑 도수로 겨우 4도 차이인데 소주의 그 강렬함이란. ㅎㅎ


책을 눈으로 익고 이미지화 시켜 이해하는 편인데 그 속도가 마비가 온다. 세 줄 읽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다시 읽다보니 페이지 넘기는데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읽기를 포기하고 들어오고 나가는 손님들도 구경하고 밖에 다니는 사람들, 서빙하는 아가씨 등을 쳐다보며 한 잔, 한 잔 마시며 탕수육을 즐기는데 이모라고 불리는 사장님이 나와서 "짬뽕국물 줄까요?"라고 물어본다. 그래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더니 위 사진과 같이 짬뽕국물을 내어준다.


전에는 소주를 안 시켰더니 국물 없이 탕수육만 나왔고 이번에는 소주를 시켜서 국물을 준 듯 하다. 다른 손님들도 소주를 시키니 짬뽕 국물이 나왔다.


그렇게 한시간 남짓 탐수육에 술을 즐긴 뒤 돈을 계산하고 "잘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하니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라고 유쾌하며 싹싹한 아가씨가 인사한다. 그 집의 매력은 탕수육의 맛과 가격, 그리고 아가씨의 크고 밝은 인사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오후 동안 동네를 걸어다녔던 총 걸음수는 19,700 걸음 정도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하루는 비가 내렸고 길이 물에 젖었으며 오후부터는 다시 비가 내린다고 한다. 음악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