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여자 - 사피오섹슈얼

2018. 6. 24. 20:02일상

사피오섹슈얼 (sapiosexual) : 상대의 센스, 지성 등에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사람. 일명 뇌가 섹시한 사람에게 끌리는 사람.



금요일, 토요일 이틀 연속으로 친구와 술을 마시며 월드컵 한국전도 응원하고 이런저런 살아가는 얘기, 미래에 대한 고민 등을 나누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습니다.


저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할 때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또는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며 어떤 신발을 신었는지 무엇을 하며 조금은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지 관찰하는 걸 좋아합니다.


연인들끼리 손을 꼭 잡고 서로를 기대며 잠에 빠져있는 경우도 있고요. 뭔가 열심히 공부하는 분들도 있고 전화를 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검색하거나 뉴스를 보거나 동영상을 시청하는 분들도 있어요.


꽤나 멋진 남성 캐쥬얼화를 신은 분을 보면 저런 구두를 내가 신는다면 어떤 옷들을 입어야 가장 잘 어울릴려나? 하는 생각도 해보고요. 멋진 운동화를 발견하면 한참 시선을 운동화를 살피며 색상 및 디자인 등을 들여다 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7호선을 갈아타기 위해 이수에서 환승해 도봉산행 지하철을 탔는데 운 좋게도 고속터미널 역에서 앉아 갈 수 있었어요. 이틀 연속으로 술을 꽤 마셨더니 몸이 피곤해 앉아갔으면 싶었거든요. 자리에 앉게되자 가방 안에서 책을 꺼낼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몸이 꽤 피곤했는지 책을 읽기 귀찮아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스마트폰만 꺼내 잠깐 뉴스를 보다가 그 마저도 지루해 사람들을 관찰하는 재미에 빠져봅니다.


참고로 읽고 있는 책은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 나카지마 쿄코 작가의 소설이에요. ^^


고속터미널 역에서 몇 개의 역을 지나왔을 무렵 몇 명의 옆자리 및 앞자리 사람들이 내리고 그 자리를 다른 누군가가 앉고를 반복하는데 앞에 앉은 아주머니 분이 책을 펼치시더라고요. 그런데 책이 보통 가로로 읽는 경우가 많은데 특이하게 위에서 아래로 읽는 세로로 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일본인인가? 하고 한참을 책을 읽는 아주머니를 봤는데 맞은편 자리에 앉아 있어 자세히 알 수는 없겠더군요.


그리고 제 옆에 있는 젊은 여성분도 아주머니가 책을 꺼내 읽자 스마트폰을 백에 넣고 책을 꺼내더라고요. 저도 덩달아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고 싶었지만 역시 집중해서 책을 읽을 정도의 몸 상태가 아니라 관심을 갖고 두 분을 잠깐씩 살펴봤어요. 옆에 분은 보니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인문교양서인 듯 하더라고요.


혹시나 오해 또는 거부감을 가질까 걱정도 됐지만 책 내용을 잠깐 보니 진보와 보수에 대한 이해에 대한 내용을 읽고 있어서 가끔씩 옆에서 책 내용을 따라 읽었는데요. 꽤나 어려운 내용일 듯 한데 집중해서 읽는 듯 보였어요. 앞에 분은 무슨 책을 읽는걸까? 집중해서 제목이라도 알 수 있을까? 쳐다봤지만 내릴 때 까지 어려웠어요. 다행히도 옆에 분은 책 제목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집에 와 검색하니 팟캐스트 방송에 연재되는 내용을 책으로 재구성한 것이네요.


지하철에서 대부분 무료함을 이기기 위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가끔 책을 읽는 분들이 보여요. 지난 번 지하철을 탈 때도 꽤 멋진 중년의 남성분이 책을 꺼내 읽으시는데 그래서일지 몰라도 조금은 더 교양이 있고 멋진 중년의 남성으로 기억에 남더라고요. 스마트폰을 통해 책을 읽을 수도 있는데 전 두터운 활자로 된 책을 가지고 다니며 읽는 분들이 더 멋지다고 생각이 드나봐요. 옆에 앉아있는 젊은 여자분도 책을 가지고 다니며 무료한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 얼굴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왠지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


이런 사람을 사피오섹슈얼이라고 한다죠?! 아마도 저는 지적이거나 센스가 있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듯 해요. 말 한마디 건넬 것도 아니지만 잠시 스치듯 서로의 목적지를 향해 가는 동안 책 읽는 사람들이 책 내용에 빠져 집중하는 모습을 들여다보면 그 사람이 더 멋져 보입니다.


술이 과했는지 몸에 미열도 있고 얼굴에는 피로감이 드러나고 눈은 따가운데도 주변 사람들을 살짝씩 관찰하는 재미와 책 읽는 분들에게서 묘한 매력을 느끼며 제가 내려야 할 역에 다다르자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피곤함에도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건 무슨 이유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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