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인생의 끝에 서서 들려주는 이야기 삶의 끝이 오니 보이는 것들

2018. 9. 9. 15:00


삶의 끝이 오니 보이는 것들 / 김욱


신문사 사회부 기자, 특수법인의 임원으로 퇴역한 뒤 남의 묘막에 살기도 한 작가입니다.


앞선 눈부신 경력이라는 명함에 부끄러워 하고 은퇴 후 삶에서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처음 이 책을 집게 된 이유는 과연 88세라는 나이가 되면 어떤 것들이 보이는 걸까, 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습니다.


나이 듦에 대하여, 마흔에 오니 안 아프던 허리가 아파오고 이제 점점 아플게 많아지는 나이에 정신적 수양이라도 이룰 수 있을까 싶지만 나이만 든다고 모두 어른이 되는 게 아니 듯 여든이 넘었다고 세상을 초월하는 어떤 경지가 될 일이야 없겠지만은 작가로써, 여든을 훌쩍 넘은 인생의 끝에 선 분으로써 청년과 장년, 중년의 인생 후배들에게 노년의 삶이 어떤지 알고 싶었습니다.


첫 부분의 글들이 워낙 강렬해 소제목으로 나뉘어진 글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초반에는 작가의 후반부 이력에 대해 꽤나 흥미가 갔는데요. 중반 이후부터는 내용이 겉도는 듯 싶기도 하고 내용이 조금씩 이상하게 변해서 약간 아쉬움이 남았지만 전체적으로 나이 듦에 그리고 작가의 지난 세월에 대한 회고와 자기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서는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지 않았나 싶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지치지 않는다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위로다.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 빨리 지치고, 더 많이 자학하게 되고, 더욱 냉정한 눈으로 자신의 한계를보고 절망하게 된다.


작가로서의 김욱



여든여덞의 작가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며 살아왔던 시간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엿보고 싶었는데 꽤나 작가 자신의 옛 이야기를 많이 쓰셔서 작가 분의 회고에 대비해 제 삶은 지금껏 어땠나 다시 들여다보게 되더군요.


큰 야망도 그렇다고 정의감도 사라져 그저 자리를 지키며 살았던 기자 생활과 최고 대학과 좋은 회사라는 간판과 명함이 가져다주는 안락함에 젖어 살았던 옛 시간들. 그리고 인생 단 한 번의 큰 실패를 통해 새로운 자신을 예전에 하고 싶었던 꿈을 찾을 수 있게 된 노작가가 되기 까지의 얘기를 잘 들려주었어요.


과연 내가 저 위치에 서서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면 과연 이렇게 진실되게 내 오래된 가면을 벗어던지고 내 허물을 들어내어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도 더 이상 인생에 남은 게 오늘, 내일도 미래도 또 다른 오늘에 불과할 뿐이라고 그 이상은 없다고 진지하게 생각하기에 자신의 허물까지 다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 용기에 박수와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배움을 얻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아들을 보고 그 아들이 자신과는 다른 길에 서서 자신과 같은 작가의 꿈을 품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젊은 세대의 꿈과 희망이 면허나 자격증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여기는 세상에서 과연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을까, 그 안에서 자신의 토대를 닦고 집을 쌓아올릴 수 있을까 응원도 하게 됩니다.



글이라는 것은 제아무리 많이 쓴들 읽어주는 이가 없으면 일기나 메모 같은 잔상에 머무른다. 글로 먹고산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주장, 경험을 모두의 것으로 환원시켜야 하는 작업이다.


글 쓰는게 즐거워 블로그를 하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글은 그저 일기나 메모에 지나지 않는다, 는 작가의 글귀가 너무 와닿더라고요. 블로그에 글이 아무리 자기 만족이라고 하지만 내 안에 글을 쓰는 게 아닌 오픈 된 곳에서 쓴 글인 이상, 남이 봐주기를 바라죠. 그리고 글로 먹고 살기위해서는 남이 봐주고 내 생각이나 주장, 경험이 남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때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누구도 너의 생애에 너를 대신해 변명과 이유를 부연하지 못하게 하라. 누구도 너의 생애에 너 이상의 영향력과 지시를 내리지 못하도록 당당하게 살아가라. 아무도 돌아봐 주지 않는 너의 세계가 비록 누추하고 보잘것없어 너 자신 말고는 그 누구에게도 내보여줄 수 없을 만큼 비참하더라도 책임과 연유를 너 자신 외에서는 찾지 말라.


작가 분이 아들에게 아비로서의 가르침이라고 쓴 글입니다



세상의 아버지는 다 똑같을 거라는 생각에 작가 분이 아들에게 단 하나의 가르침이라고 쓴 글이,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의 이 글이 가장 가슴에 와 닿더군요.


남의 간섭이나 영향이 내 삶을 속박하지 말도록 내 자신에게 더욱 떳떳하게 살아가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길이 보잘 것 없고 초라해보일지라도 그 선택과 책임은 모두 내가 했으니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리라 다시 한 번 다짐해봅니다.


조금은 아쉬움이 남으면서도 작가 분의 지난 인생과 남은 시간에 대한, 그리고 작가로서의 시각 등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듦에 대해서도 특별하게 뭔가를 내세워 보여주려기 보다 있는 그대로 자신의 삶을 통해 잘 설명해준 게 아닌가 싶네요.


한 번 읽어볼만한 내용들이 있었고 그 안에서 뭔가를 배우고 느꼈으니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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