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첵리뷰] 폴 오스터의 선셋 파크

2019. 1. 2. 10:00



<선셋 파크> - 폴 오스터


책을 선택하는 데 까지는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책은 더디게 읽혔다. 어려운 문장이나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 나가는 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중간에 읽기를 포기할까 하다 뭔가 의외적인 일들과 함께 책 속 인물들이 밝은 사회 속으로 나올 거라고 예상했었다.


그럼에도 책을 다 읽기 까지는 2주가 흘렀다. 그리고 책을 덮는 순간까지 너무 많은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느라 책 한 권에 다 담을 수 있는 작가의 역량에 부러움을 느낌과 동시에 너무 과거 지향적인 느낌에서 벗어나긴 어려웠다.


소설 속에서 굳이 주인공을 찾자면 마일스 헬러일 것이다.


하지만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 아닌 그가 뉴욕의 선셋 파크로 7년이 지난 시간이 흘러 돌아오며 그곳에 불법점유한 집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한 가지 의뭉스러운 점은 선셋 파크에 불법 점유한 집에서 사는 네 명의 젊은이들 얘기로만 꾸려도 벅찰텐데 마일스의 아버지와 어머니, 대부의 이야기까지 넣었는 지 모르겠다.


책에는 주연이 없다. 모두가 주연이자 조연이다.


그럴 듯한 사람들도 누가 봐도 형편없는 현재를 사는 사람들도 각기 다른 이유로 힘들어 한다, 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소설 속 주요 소재는 우리 생애 최고의 해, 라는 영화이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 온 이들과 그들이 겪어야 묵묵히 견뎌야 했던 후유증, 그로인해 가족들과 함께 했지만 단절되고 만 아픈 미국의 현실을 그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낙관주의를 품고 살아가는 그들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가난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각자의 아픔을 간직한 4명의 젊은 친구들을 담고 있다.


마일스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배우로의 성공을 위해 자신을 버린 의붓 형 보비와의 격한 말싸움 끝에 그를 밀쳐 차에 치여 죽게 된 아픔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는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며 똑똑하고 멋진 체격에 잘 생긴 외모를 갖고 있다.


상처와 가지고 있는 현실. 하지만 그 상처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 그는 현실을 벗어나 스스로 어려운 길을 선택하고 만다.


마일스 외 빙과 엘런, 앨리스 또한 각자의 사연을 갖고 있다.


불법점유한 이들 넷, 마일스와 빙, 엘런, 앨르스의 과거 그리고 선셋 파크에 살고 있는 현재 그들이 꿈 꾸며 희망을 갖는 미래를 그려 나갔다면 좋았을텐데..


마일스 아버지 모리스 헬러와 어머니 메리-리의 얘기가 더 비중있게 다뤄져서 솔직히 책 속 인물들에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말 할 수 밖에 없을 듯 했다.



미래가 없을 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이 가치 있을까 생각해 봤다. 지금부터 어떤 것에도 희망을 갖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지금 여기 있지만 곧 사라지는 순간,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지금만을 위해 살자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책이 쓰여졌던 시기가 2007 - 2008 년 세계 금융 위기가 전세계를 휩쓸고 지나가고 난 뒤였다. 


그래서일까? 소설 속 내용이 어둡고 불법 점유한 젊은이들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 하나 보여주지 않고 오히려 현재 갖고 있던 희망은 갈기갈기 찢어 놓아 버렸음에도 그들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해>에서 전쟁에서 돌아와 그들이 갖는 아픔을 묵묵히 견디며 살아가는 이들처럼 그렇게 현실을 마주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오픈된 결과이지만 어쩌면 그들은 생채기 난 과거와 현재를 지나 살아남아 낙관적인 미국이 번영을 이끌어 냈듯 그들에게도 더 나은 미래를 갖게 될 거라고 혼자 생각해 봤다.


*책을 읽은 제 감정을 반어체로 쓰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점 널리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