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그리고 악연 그 강력한 스토리텔링에 빠져들게 만드는 영화 황해

2018. 9. 3. 19:06영화/한국영화

오랜만에 꽤 지난 한국영화 황해를 다시 봤습니다.


다시봐도 여전히 하정우와 김윤석 분의 엄청난 파워있는 연기와 잔인한 액션은 보는 내내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명불허전인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다시보니 그 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스토리텔링에 더 눈이 가더라고요.


그럼 영화 황해속으로 다시 한 번 빠져보시죠.


영화 황해 (2010)


러닝타임 : 156분 (길지만 지루함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구남 (하정우)


택시기사를 하고 있으나 아내가 한국으로 간 뒤 소식이 끊긴 뒤로 술과 도박없이는 하루를 버티기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구남.


남겨진 어린 딸 아이는 어머니에게 맡기고 아내는 한국으로 돈 벌러 보내기 위해 들어간 돈 때문에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구남은 빚도 마음이 아프지만 남편도 어린 딸마저도 무정하게 버렸다는 생각에 아내에 대한 분노와 그럼에도 다시 돌아올거라는 기대와 그리움이 공존하며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있습니다.



면가 (김윤석)


개장수, 밀입국 브로커, 깡패 보스.


몇 개의 직함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돈이 되는 일이면 더러운 일도 마다하지 않는 돈을 위해 사는 면정학.


오해의 시작이자 악연의 끝인 면가는 스토리텔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습니다. 영화 초반과 중반만 해도 면가의 잔혹함과 뛰어나면서 깡다구 좋은 싸움 실력 등을 보면서 스크린을 압도하는데요.


황해를 건너면서는 악연의 핵심인물이긴 하지만 강한 구성을 가진 내용의 한 축에 머무르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김태원 (조성하)


영화의 내용 구성, 즉 스토리텔링에서 보자면 영화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두 인물 축 중에 한 명입니다.


사건은 김태원 사장과 호형호제 하는 동업자, 김승현 교수의 피살 사건 전후로 나뉘어 볼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큰 궁금증은 왜 김태원은 동업자인 김승현 교수를 죽이려 했을까입니다.


김승현 회장을 죽이기 위해 청부살인을 지시했고 뜻하지 않은 또 다른 조선족 킬러 구남의 등장으로 계속된 오해와 악연이 등장하며 쉽게 풀릴수도 있는 일을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 오해 안에 의문 투성이 살인자, 조선족 구남과 면가가 들어서게 됩니다.



구남 황해를 넘다


한국으로의 밀입국을 위해 다른 사람들과 배 안에서 보내게 되는데 거기서 여자 한 명이 극심한 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는 장면을 보게 됩니다.


사실 전 여기서 아내 또한 저렇게 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습니다. 그리고 구남의 머릿속을 따라다니던 아내가 딴 남자와 정을 통하는 장면이 이런 고통을 이겨내며 한국에 가는 사람들과 그 안에 죽어가는 여자를 바라보며 희미해져 가는 구남을 발견하게 됩니다.


면가에게 돈을 받고 김승현 교수를 살해하기 위해 그리고 연락이 안 되는 아내를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들어온 구남은 자신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에 하나 둘씩 휩싸입니다.



황해를 넘는 또 다른 사람 - 면가


영화를 이루는 내용 구성의 핵심이라고 말했던 김태원 사장의 오해로 인해 면가 또한 황해를 넘습니다. 중국 연길에서는 강력해보이던 그도 황해를 넘으면서는 그저 깡다구 좋은 깡패 보스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구남, 면가, 김태원 그리고 죽은 김승현까지 이들의 악연은 어떻게 이어지게 된 것일까요?



김태원, 면가를 만나다


영화는 결말 부분에 들어가게 됩니다. 잔인한 액션 신은 심심하지 않게 볼 수 있기에 이 부분은 생략하고 왜 이런 오해와 악연으로 이어진 강력한 얘기가 영화의 중요 구성이 되었는지가 나오게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영화에 핵심 내용을 만드는 두 인물 중 남은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김정환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저는 '여자'라는 명사를 넣고 싶습니다.


우선 김태원 사장부터 그 이유를 찾아보죠.


"그 새끼가 내 여자를 건드렸어. 내 집에서..."

영화 황해에서


김태원 사장이 죽어가며 중얼거리던 말 중에 가장 확실하게 들린 마지막 말입니다.


김승현 교수의 목숨을 원했던 이유. 김태원의 내연녀와 김승현 교수의 부적절한 관계입니다.


"너 나한테 할 말 없냐? 후회가되네 자꾸."

김태원이 내연녀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을 통해 김승현 교수의 살인 사건의 원인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 장면을 유추해보건데 또 다른 문제점인 여자, 내연녀 또한 처리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왜 여기서 김태원과 명사, '여자'가 이 영화의 핵심 내용을 담당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구남이 황해를 넘어 한국으로 밀입국 하게 된 이유.


빚진 돈을 갚아야 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아내의 통정이 실제 어떤 것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김태원의 내연녀는 자신의 동업자인 김승현 교수와 밀회를 즐기면서 김태원 사장이 살인교사를 지시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 사건이 오해를 빚어 악연 (면가)을 불러들이게 되는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합니다.


그랬을거라 믿고 있었던 저에게 김정환이란 또 다른 인물의 등장은 실제 이 사건이 여러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되는 타당하고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합니다.


김승현의 아내는 그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핵심적인 내용 구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다름아닌 김정환과 분륜 관계에 놓여있을거라 생각할 수 있으면서입니다.


김정환은 김승현 아내와 내연녀였고 교수이자 어두운 세계에서 큰 돈을 버는 김승현 교수가 두려우면서도 내연녀인 김승현 아내와 함께 하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는 사이였을겁니다. 그래서 김승현 교수를 죽이고 싶어했지만 능력 없는 그는 한탄만 하다 황해 반대편에 있는 면가와 이어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시원하게 풀어주지 않는 몇몇 궁금증에 대해 혼자 생각해봅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기차에 하차하는 구남의 아내가 등장합니다.


과연 아내는 살아있을까, 인데요.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살아겠다, 하는 생각이 얼핏 들다 그러지 않았을거라고 생각을 바로 고쳤습니다.


이유는 너무나 늦은 저녁이었고 기차역 플랫폼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고 내리는 사람이 아내 혼자라는 점입니다.


중국 인구가 얼마인데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아내 혼자 내렸을리가 없고 살인자가 아내와 자주 연락하고 만나던 수산 유통업자인 점도 다른 여자와 혼동할 수 없기도 합니다. 그 나이의 재력이 많지 않은 중년 남자가 여자가 여럿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니까요.


그럼에도 시신을 확인한 남자가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스스로 의심스러워 하면서도 구남에게 전화통화로 맞다고 화장비를 요구하는 장면 때문에 마지막 기차에서 하차하는 구남의 아내가 실제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는 합니다. 어린 딸아이와 남편을 만나기 위해 돌아오는 모습을 왠지 바라는 제 심정을 대변하는지도요.


구남이 작은 배를 타고 아내의 화장한 유골을 들고 황해를 건너려는 장면에서 구남이 죽은 뒤 마지막 장면에서 아내가 기차에 내리는 장면이 나왔다는 점도 이는 구남의 꿈에서 그리는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듭니다. 아내는 영혼이나마 아님 구남의 꿈 속에서나마 고국 땅을 밟게 된 것이라고요.


그리고 영화 속 내용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축을 이룬 김태원, 그리고 김태원 내연녀, 구남의 아내는 정을 통한 구체적인 모습들을 보입니다. 이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김정환의 내연녀, 김승현 교수의 아내는 죽지 않았습니다.


구남이 김정환을 찾아가지만 은행 창구에서 김정환 앞자리에 앉은 김승현 교수의 아내를 보자 마음이 흔들리더니 돌아서 버립니다. 그리고 김정환과 김승현 교수 아내의 흔들리던 눈동자를 볼 수 있습니다.


분명 둘은 내연 관계임에도 죽지 않고 살았습니다. 이는 무슨 의미일까, 되도 않는 머리로 생각을 해봤는데요.


애초에 면가를 부른 인물은 김태원이 아닌 김정환.


면가에게 살인 청부만 부탁하지 않았어도 구남은 그저 아내에 대한 망상을 하며 자신을 피폐한 삶 속에 내던지며 한가닥 희망을 가지고 살았을겁니다. 그런데 그 모든 진실을 알게 되자 오히려 살려줍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죽어간 다른 사람들의 눈에서는 악귀의 모습을 닮은 흉악함이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김정환과 김승현 교수의 내연녀의 눈빛에는 자기들로 인해 죽은 남편에 대한 미안함과 그로인한 고통이 보였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구남이 떠나면서 그들을 한동안 쳐다보고 어떻게 돌아간 사건인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과 동시에 구남을 바라보던 김정환과 김승현 교수의 아내의 눈빛에는 눈물이 곧 흐를듯 한 눈빛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유추해봤습니다.


이렇게 죽여야 할 이유와 그 이유가 한 명이 아닌 두 명에게서 왔을 때 생기는 오해와 그 오해가 빚은 거듭된 오해로 말미암아 악인들은 악인들을 만나 악연을 만들고 그 악연을 통해 사멸되어집니다.


영화는 그 잔인함과 왜 그렇게 무리해가며 자신의 흔적을 지우려고 노력하는 김태원에게 이해를 못 하는 부분을 충분히 그리고 폭력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조선족에 대한 우리가 갖고 있는 진실과 편견 그 많은 것들을 리얼하게 그린 것도 재미를 더합니다. 그럼에도 영화가 생각보다 흥행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조금 의아함이 남지만 나홍진 감독의 데뷔작 그리고 이어지는 곡성까지 영화가 단순히 섬뜩함을 넘어선 스토리텔링이 있다는 게 꽤나 흥미로움을 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올 추석 시간 많을 때 옛 영화, 황해 한 편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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